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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기 HAFS CAMP 우수 후기] Seattle반 조수민

조수민 조회 : 323 | 등록일 : 2024.01.28

 단순히  3주간의 캠프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였던 HAFS에서의 20일


 부모님과 1주일도 떨어져 지내본적 없는 내게 외대부고 캠프에 가보겠냐는 아빠의 제안은 설렘과 함께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없는 마음이였지만 영어를 무척 좋아하는 나이기에 엄마가 신청을 성공했다고 말할때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곧 중학교에 가면 시간이 없어질것 같아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평소 외대부고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가 궁금하기도 했다. 외대부고 캠프가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든, 설령 그것이 나와 차원이 다른 실력의 친구들이나 적응하기 힘든 환경이라 하더라도, 열심히 배우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캠프를 준비했다.


 입소하는 날, 차에 기대어 앉아 익숙한 동네를 빠져나가 점점 용인에 가까워졌다. 시간이 지나자 나무와 식물들이 가득한 산이 나왔고, 산속으로 둘러싸인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보고있는 곳이 인터넷에서나 보던 학교라는 것과, 곧 익숙해질거란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부모님과의 아쉬운 인사를 마치고, 강당으로 가서 짐을 놓았다. 그때 처음으로 담임선생님이신 Joy 선생님을 만났다. 첫날 긴장한 내게 친절하게 인사해주셔서 고마웠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우리반 중에서 가장 일찍 도착했기에 혼자 오도카니 앉아 누구라도 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왜 여기있지?’ 였다. 덜컥 겁이 나고 두려웠지만, 외대부고의 멋진 모습들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걱정되는 점보다는 기대되는 점을 생각했다. 


 곧이어 친구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서울, 수원, 하남등 다양한 곳에서 온 친구들이였고, 다들 다르지만 그만큼 각각의 매력이 있는 친구들이라 첫날부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만큼 나눌 얘기도 많아 첫날부터 우리반이 제일 떠들썩했던 것 같다.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니 긴장이 풀렸고, 캠프에서의 생활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시청각실로 이동해 입소식을 한 후에는 교실로 가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영어로 자기소개도 했다. 우리반 선생님은 영어를 너무 잘하셔서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처럼 느껴졌다. 급식은 내가 기대했던 것들중 하나였는데, 역시 신의 급식답게 너무나 맛있었던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향했다. 캐리어를 들고 오르막길을 오르는게 너무 힘들어서 결국에는 생활멘토 선생님이 도와주셨다. 모두가 헉헉거리며 기숙사에 도착했지만, 뒤를 잠시 돌아보자 아름다운 밤의 외대부고가 보였다. 시원하고 마음이 뻥 뚫리는 공기가, 친구들의 재잘거림이, 이것저것으로 가득한 캐리어와 그보다 더 가득찬 마음속 감정들이, 드디어 내가 캠프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룸메이트는 내가 공부 다음으로 걱정했던 것이기에 기숙사 방에 도착해 짐을 풀때부터 궁금증을 꾹 참고있었다. 어떤 친구와 3주를 함께 하게될지, 부지런히 짐을 풀면서도 머릿속이 가득했다. 그때 문득 인기척이 들리더니 무척 귀엽고 착해보이는 친구가 들어왔다. 너무 잘 맞았던 우리는 첫날부터 몇시간동안 수다를 떨었다. 함께 단어를 외우고 간식을 먹다 잠자리에 누었다. 불이 꺼지자 금세 잠든 룸메이트와 달리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첫날에 무척 달이 밝았는데, 소곤거리는 다른 방들의 담소와 새어나오는 달빛에 이곳에서 이어나갈 생활이 저 달빛처럼 다채로웠으면 했다.


 잠을 설치다시피 했지만 첫날 아침은 저절로 6시 반에 잠이 깼다. 조용히 옷을 입고 커튼을 걷자, 혼자만 알고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이기에 여전히 희미하게 떠있던 달과, 파란빛, 분홍빛, 주황빛 하늘을 보니 늘 보던 하늘이지만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게 HAFS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nglish Debate는 내가 제일 기대하는 동시에 걱정했던 수업이였다. 나는 한국어로 하는 토론을 무척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였지만, 영어로 하는것은 처음이였기 때문이였다. 원어민이 아닌게 이상할만큼 유창한 영어발음의 Daniel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English Debate는 내가 처음 접하는 방식이였다. PM, LO, GW 같은 역할들과 Clashpoint, stakeholder같은 생소한 용어들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점점 하다보니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Debate 예선탈락은 아쉬웠지만, feedback때 motion과 argument의 관계성이 약하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argument를 만들때 더 신중하게 생각 할 수 있게 되었다. 모의 토론을 할때마다 무척 열심히 준비했고, 준비해서 말하는 역할과 즉석에서 말하는 역할을 고루 해보며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Debate를 하며 더 논리적으로 말하는데 즐거움과 자신감이 생긴것은 물론이고 Ap Debate를 잘 알게된것 만으로도 예선 결과와 Debate 승패와 상관없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English PT는 내가 가장 좋아하던 수업이였다. 자신감있는 말투의 Jiwon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PT에서는 영어로된 기사를 읽고 그로인해 생각해볼 만한 점을 발표한다는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영어로 발표하는것을 좋아했기에 더 열심히 참여했고, feedback을 받으며 PT 실력이 향상하는것을 느꼈다. 수업을 들으며 eye contact을 하는것과 안하는것의 큰 차이를 느꼈고, 발음과 내용은 상관없이 크고 또렷하게, 천천히 자신있게 말하는것이 청중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이란걸 깨달았다. 다른 잘하는 친구들과 나의 발표를 비교하며 점점 고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Debate 대회에서 예선탈락인 만큼 PT대회는 잘하고 싶었는데, 이것 역시 예선탈락이여서 너무 아쉬웠다. 예선때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과 스피커로 울리는 목소리가 낯설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내게 집중하는것이 느껴질때 즐거웠다. 발표를 끝내고 얼떨떨한 내게 따뜻하게 말을 건넨 팀원들이 여전히 고맙다.


 염색한 단발머리가 찰랑거리시는 Jun 선생님의 Essay 수업 역시 좋았다. 글을 쓰는 재능만큼은 자부하던 나인만큼 essay수업은 쉽지 않을까 싶었지만, 큰 오만이였다.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오직 내 경험에 기대어 만들어낸다는게 어러웠고, 주장은 물론 근거까지 포함해야하는 thesis statement와 최종적인 생각을 신선하게 써야하는 final thought가 가장 어러웠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며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쓸때마다 어떻게해야 읽는 이에게 내 생각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직접 여러 글쓰기 대회에 나가보던 내게 essay의 형식을 이렇게 배우게 된것도 무척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English film은 내가 가장 재미있어했던 수업중 하나였다. 물건이나 색깔이 뜻하는 의미와 영화의 장르, 갈등의 종류 같은 것들도 흥미로웠지만 내가 평소 좋아하던 영화인 Inside out이 이번 film에서 본 영화였다는 것이 내가 film 수업을 좋아한 이유였다. Inside out을 보는것도 재미있긴 했지만, 자막 없이 빈칸채우기를 해보며 영화속 표현들을 익히는 것도 유익했다. 한글 자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영어를 들으며 Listening 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뜻을 모르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집으며 roll play를 하는것도 재미있었다. 


 English Grammar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수업이였다. 학원에서 진행되는 문법 수업은 대개 그저 문제만 풀었기 때문에 이곳의 문법수업도 다를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문법수업을 들으며, 문법의 새로운 재미를 깨달았다. 모든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것의 바탕이 문법이기에 이곳에서 문법수업을 들으며 잊고있었던 중요한 부분들을 한번 더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긴 머리와 미국식 발음의 선생님께서 무척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해주셨기에 더 기대했던 수업이였다. 함께 어려운 문제를 푸는 team work를 해보며 친구들로부터 더 쉽게 문제를 푸는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는것도 좋았다.


 Sports club A, 라크로스는 캠프 전에는 전혀 알지 못하던 운동이였다. 구기종목을 못해서 라크로스 시간이 무척 걱정되었지만, 라크로스는 오히려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스틱을 휘두를때 공이 그물에 들어오면 그 묵직함이, 합을 맞춰 공을 주고받을때의 느낌이 쾌감을 주었다. 스틱을 휘둘러 공을 힘껏 던질 때, 골대에 공이 들어가도 안들어가도 스트레스가 풀렸다. 라크로스 수업을 하며 구기 종목의 즐거움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Sports club B, 필라테스는 꽤 오랫동안 배웠기에 자신 있고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6학년이 되고 시간이 없어 한동안 그만두게 되고, 종종 공부를 하고나면 몸이 뻐근해질때가 있었다. 필라테스 시간에 시원하게 몸을 풀며 유연함이 조금씩 돌아온 것 같았다. 나비자세와 쟁기자세처럼 원래 알고있던 자세도 있었지만, 송아지자세나 토끼자세처럼 처음 접한 자세도 많았다. 힘들게 몸을 풀고 송장자세를 하며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졸리기보다는 개운해졌다. 부지런히 공부하느라 뻐근해진 몸을 풀기 좋은 수업이였고, 동작 이름을 기억하기 쉬워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종종 실천하게 되었다.


 English activity, Homeroom, Counseling은 담인선생님, 부담임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였다. 담임선생님이신 Joy선생님은 이름처럼 기쁨이 가득한 반을 만들려고 노력하셨고,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엄격하게 3주동안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주셨다. 부담임선생님이신 Hazel 선생님은 늘 사근사근하고 웃는 표정으로 짖궃게 장난치는 우리를 대해주셨기에, 다들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이였다. 미술도 배우고, 여러 활동을 영어로 할 수 있었던 activity시간에 봤던 영화 soul이 재미있었고, 꿈과 관련된 활동을 하며 이곳에서 배운 것들로 인해 더 확실해진 내 장래희망을 한번더 떠올릴 수 있었다. Homeroom 시간에는 수학공부를 하거나 마저 끝내지 못한 숙제를 하고, 선생님이 허락해주시면 조원들과 함께 Debate나 PT 준비를 하고는 했다. 자습을 잘하는사람이 정말 잘하는 것이라는 Hazel 선생님의 말처럼, 1시간뿐인 homeroom 시간동안 열심히 자습하며 자기주도적인 습관이 많이 생긴것 같다. Counseling 때는 부담임선생님과 한번, 담임선생님과 한번 상담을 했다. 선생님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하며 캠프에서 불편한 점이나 평소의 걱정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고, 단순히 선생님과의 상담이 아닌 한명의 어른과 단둘이 대화하며 캠프를 떠나 살아가며 도움이될 생각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주말에는 늘 다양한 특별활동이 많이 진행되었다. 체육대회, 골든벨, 장기자랑, 특강 등 여러 활동을 하며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고 열심히 뛰며 더 돈독해진 체육대회, 비록 떨어져서 아쉽지만 재밌던 골든벨,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습했던 춤을 뽐낸 장기자랑등 놀때는 신나게 놀며 즐겁게 보냈다. 난생 처음 해본 행사들도 아닌데 이토록 내가 즐거워했고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아마 우리 seattle 친구들이 아닐까 싶다. 


 서로 곂치는 부분 하나 없이 나이만 같은 16명의 아이들이 20일동안 어떻게 이렇게 가까워졌을까 싶을정도로 우리반은 아주 친하게 지냈다.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착한 친구들이였고, 각각 다른 특징들을 캠프 기간 내내 한껏 드러내며 발전시킨 친구들이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보며, 처음에는 나만 너무 평범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경쟁상대가 별로 없어서 내 실력을 너무 높게 평가했던, 입학부장 선생님 말처럼 ‘우물안 개구리’였던 나는 뛰어난 친구들을 보며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로 인해 오히려 많이 배웠던 것 같다. 함께 조별과제를 하고 협력하며 장점들을 본받아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더 성장하려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또한 아무리 잘하는 친구들이더라도 같이 웃고 떠들며 어떤 면에서는 나와 다를바없는 친구이구나, 하며 깨달았고,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잘할 수 있을거란걸 깨달았다. 특강을 진행해주셨던, 캠프를 나오셨던 스탠퍼드 새벽 5시 반 저자님이 말씀하셨듯, 잘하는 친구로부터 위축되지 않고 배울때 캠프가 더 의미있고 즐거워졌다.


 캠프를 가기 전에는 3주가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졌다. 모든것이 새로운 곳, 언제든 달려갈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가족,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만이 나를 챙기며 보내야할 20일이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3주가 쏜살같이 지나간 듯 했다. 큰 꿈과 희망은 있지만 꿈을 이루기위해 실천할 동기부여가 필요했던 내게 딱 맞던 캠프였던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외대부고의 모습들을 눈에 담으며 꼭 한번더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때문에 현재를 놓치기보다는, 걱정이 되고 불안할수록 지금 내가 해야하는 것에 힘쓰며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또한 나는 완벽한 결과에 유독 집착했는데, 그렇기에 debate와 PT 모두 예선탈락을 했을때 많이 속상해했다. 하지만 나보다 잘하는 Atlanta 아이들에 맞서 당당하게 DPM 역할을 하고, 50명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발표한 경험 자체가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실패라는 경험과 feedback이 좌절의 이유가 아닌, 더 발전할 수 있는 이유로 인식할 수 있는 생각이 생겨났다.


 라크로스를 할때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그랑볼 캐치였다. 공이 잡힐거라 확신하지 못하며, 스틱을 가져다대면서도 주저할때는, 결코 공이 그물에 들어오는 법이 없었고 오히려 더 멀리 굴러가고는 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 다시 굴러가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주저하지 않고 스틱을 휘두르자 비로소 공이 그물에 들어와있었다. 할 수 있다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된다고, 캠프에서의 20일은 내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일치감치 일어나 조용히 커튼을 열면, 환한 햇귀가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듯 반겨주곤 했었다. 그림같이 예쁜 외대부고의 풍경이, 그곳에서 함께했던 친구들과 직접 만들어나간 기억들이, 창문에 손이 닿으면 느껴지던 차가움이 나를 품어줄때의 기분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캠프 기간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줬던 선생님들과 함께 지냈던 seattle 친구들과 룸메이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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